지난 10년간 대한민국 대입은 ‘수시 중심 구조’로 정착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교육부와 대학들은 정시 전형의 비중을 다시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학교 현장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정시 비중 확대가 실제 입시판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수험생 전략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정시 확대는 현실? 수시 여전한 강세?
먼저, 실제 데이터를 통해 정시 비중 확대의 실체를 살펴보겠습니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부터 정시 선발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유도했고, 서울 주요 대학들도 이에 맞춰 일부 모집 인원을 수시에서 정시로 전환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대: 2020학년도 21.4% → 2024학년도 31.4%
연세대: 2020학년도 27.2% → 2024학년도 39.7%
고려대: 2020학년도 27.5% → 2024학년도 37.6%
수치만 보면 정시가 꽤 늘어난 듯하지만, 실제 입시에서의 파급력은 다소 복합적입니다.
여전히 전체 모집인원의 60~70%는 수시에서 선발
특목고·자사고 등 일부 고교 출신 학생들의 정시 집중도가 높아 보이는 착시
수시 이월 인원 증가로 정시 규모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현상 등
또한 대입의 실질적인 관문인 최상위권 학과(의대·서울대 등)에서는 여전히 학종과 교과전형 등 수시의 영향력이 절대적입니다.
즉, 정시 확대는 ‘확대 중’일 뿐, 수시 중심 구조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정시 확대가 바꾼 고교 수업 풍경
정시 비중 확대의 또 다른 파급효과는 고교 수업과 평가 방식의 변화입니다.
수시 위주의 체제에서는 수행평가와 프로젝트 중심 수업, 학생부 기록 중심의 수업 운영이 강조됐습니다.
하지만 정시가 강조되면서 일부 고교에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내신 난이도 상승: 내신으로 대학 못 간다는 인식 → 객관식 중심 시험, 교과서 기반 문제 강화
수능 중심 수업 강화: 고3 2학기부터는 EBS 교재 중심 수업으로 전환, 학종 대비보다는 수능 준비 비중 확대
모의고사 반 운영: 서울 일부 일반고는 모의고사 고득점자 중심 ‘정시반’ 운영 → 정시 특화 지도 시작
이런 변화는 특히 강남·서초, 분당, 대치동 등 학력 집중 지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또한 학생 개인 역시 학생부에 신경 쓰기보다는 수능 점수 올리기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 자원을 보유한 학교에서는 정시 준비에 유리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일반고에서는 되려 중위권 붕괴, 수시 이탈, 내신 약화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합니다.
즉, 정시 확대가 곧 전체 고교에 동일한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학생 전략은? 수시·정시 통합형 대비가 핵심
입시 제도의 방향이 바뀔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 개인의 전략 설정입니다.
단순히 “정시 늘어났으니 수능만 잘 보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최근 대입은 다음과 같은 복합 구조를 갖습니다:
수능 성적은 여전히 단기 승부가 어렵고, 고득점자는 소수에 불과
수시 전형은 장기간의 준비와 교내 활동 누적이 필요
정시 이월 인원은 매해 다르고 예측이 어렵다
수시 지원 실패 후 ‘정시 낙하산’ 전략은 성공률이 낮음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수시와 정시를 동시에 대비하는 통합형 학습 구조’입니다.
* 예시 전략:
고1~고2: 내신 확보 + 탐구 주제 활동 + 비교과 정리
고3 상반기: 내신 마무리 + 수능 개념 학습
고3 하반기: 수시 원서 준비 + 수능 실전 대비
또한 최근에는 수능만 잘 봐서 끝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정시 준비를 하더라도 면접, 자소서 등 일부 전형 요소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특히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은 정시에서도 일부 전형에 서류나 면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입시 변화, 냉정한 현실 인식이 우선
정시 확대는 분명한 추세지만, 모든 학생에게 기회로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대입 제도의 복잡성과 경쟁 구조를 고려하면, 학생 개인의 역량과 학교 환경을 고려한 유연한 대응 전략이 필요합니다.
‘수시냐 정시냐’는 이분법보다,
‘내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역량을 증명할 수 있을까’를 중심에 두는 사고가 성공적인 입시 전략의 핵심입니다.